아이들나라 코딩 테스트 회고

며칠 전 LGU+ 산하의 아이들나라 Backend Engineer 채용 공고에 접수했다. 이직 준비를 마음 먹고 그간 다듬은 내용을 조금 더 디벨롭해 지난 화요일에 접수했는데 금요일 퇴근 전 서류 합격이라는 연락을 받게 됐다.

국비 학원 수료 이후 약 3년 만에 처음 지원한 회사에 덜컥 서류 합격 통보를 받으니 기쁘기도 하면서 앞으로 넘어야 할 산들이 걱정되어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토요일부터 월요일 사이에 편한 시간에 코딩 테스트를 진행하라는 안내를 받았는데, 나는 시험을 보기도 전에 많이 긴장된 상태였다.

사실 전형에 코딩 테스트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는 최대한 피하려고 했다. 왜냐하면 신입으로 입사 후 지난 3년 간 코딩 테스트를 대비하기보다는 실무에서 필요한 스킬을 빨리 습득하는 것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취업 활동을 하면서 봤던 여러 번의 코딩 테스트에서 늘 마음이 조급하거나 시간이 부족해 제대로 치르지 못해서 결국 탈락의 쓴맛을 봤던 터라 거부감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나라에 지원하게 된 건 평소에 OTT 서비스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평소 즐겨보던 유튜브나 넷플릭스에서 서비스 중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어떻게 구현되어 있는가 궁금했고, 더 나아가 네이버 라이브쇼핑 같은 서비스에도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내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에 큰맘 먹고 지원하게 됐다.

아무튼 서류 합격 이후 금일 코딩 테스트를 진행하기 전까지 몇 가지 문제들을 시뮬레이션 해보면서 얼마나 실력이 줄었는지 체크해봤는데, 역시는 역시다. 앞서 작성한 것처럼 그간 코딩 테스트에 시간을 쏟지 못했기 때문에 정렬이라던지, 그리디, DFS, BFS, 이진 탐색 같은 과거에 공부했던 내용들이 다 휘발되고 기억나지 않아 쉬운 문제에서도 애를 많이 먹었다. 

그럼에도 나는 코딩 테스트를 봐야 하니까, 크게 심호흡하고 시험장에 접속했다. 많은 사람들이 경력직 코딩 테스트는 무조건 쉽다고 했는데 나에게는 아니었다. 확실히 연습이 되어 있지 않으니 문제를 이해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어떤 알고리즘을 이용해야지 풀 수 있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냥 맨땅에 헤딩하는 수준으로 문제를  풀어 나갔다.

결과적으로 두 문제는 제출하고 한 문제는 풀다가 시간이 없어 작성하는 중간에 제출하게 됐다. 어찌저찌 코딩 테스트를 보고 난 뒤에 다음과 같은 생각들이 몰려들었다.

• 마지막에 풀지 못한 문제는 그냥 하나의 함수에서 코드를 작성하기보다는 도메인 별로 역할을 나누어 객체 지향적으로 코드를 짰으면 분명히 쉽게 풀 수 있는 문제일 텐데, 아쉽다.
• 첫 번째 문제에 너무 오랜 시간을 썼다는 점. 그렇게 오랜 시간 불 잡고 있었으나 겨우 테스트 케이스만 통과했을 뿐 결코 프로그래머스 내부 테스트 케이스에는 통과하지 못하는 비즈니스 로직이라는 점. 더 심각한 점은 급한 마음에 전혀 좋은 코드로 작성하지 못했다는 점.
• 첫 문제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다 보니 20분이면 풀 수 있는 정말 쉬운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급한 마음에 문제를 제대로 읽지 못해서 충족 조건을 놓친 점. 그래서 해당 문제도 테스트 케이스는 통과했으나 내부 테스트 케이스에는 분명 통과하지 못하는 비즈니스 로직일 것이다.

코딩 테스트를 마무리하고 기억나는 대로 문제들을 다시 복기하면서 내가 작성한 코드들을 정리해봤는데, 모두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 내가 시간 배분을 조금 더 잘했더라면 어땠을까? 처음 문제에 무조건 파고드는 것보다 모든 문제 유형을 먼저 파악하고 빨리 풀 수 있는 문제들을 해결했으면 어땠을까?

여러모로 많이 아쉬운 코딩 테스트였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열중해서 풀었지만 아마 결과는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다. 역시 나름대로의 최선은 최선이 아니구나, 기회는 꾸준히 노력한 사람이 잡는구나, 이번 경험을 발판으로 다시 열심히 달려야지, 나름대로의 최선이 아니라 잘할 수 있도록 해야지 같이 여러 부분들을 다시 상기하고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